같은 케이던스, 같은 페이스 — 주법을 바꾸자 접지시간(GCT)이 12ms 달라졌다

지난 글에서 케이던스만 순수하게 조작했을 때 접지 시간(GCT)은 거의 반응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다리 강성(LSS)의 변화가 세션마다 들쓕날쿡했다. 원인을 생각해보니 케이던스 말고 주법 자체가 함께 흔들렸을 가능성이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원래 이렇게 달렸다. 잘 달리던 시기엔 늘 의식하고 있던 감각이 있다. 기립근이 힘을 받는 자세, 골반을 살짝 후방으로 기울여 다리를 들어올리기 쉬운 상태, 몸의 중심을 위에 둔다는 느낌으로 항상 몸을 띄우듯 달리는 것, 발목을 고정해 탄성을 살리는 것. 혼자 터득한 게 아니라 러닝 클래스에서 코치에게 반복적으로 들었던 내용이다.

그런데 부상을 격고 체중이 늘면서 이 감각을 놓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채운 게 있다. 체중이 늘고 감각이 무뎗지는 동안, 예전보다 중심을 낮추고 몸을 누르듯 달리는 방식이 나도 모르게 기본값으로 굳어 있었다. 이걸 그냥 “평소대로 달리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은 중립 상태라고 여겨왔는데 돌이켜보면 그것도 하나의 방향으로 치우친 주법이었다. 케이던스만 의식하며 달렸을 때 다리 강성이 들쓕날쿡했던 것도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 케이던스에 신경 쓰는 동안 몸은 결국 지금 익숙한 그 방식으로 돌아갔을 테니까.

그래서 이번엔 케이던스는 그대로 두고, 두 가지 주법 — 원래 배웠던 것과 지금 굳어진 것 — 만 따로 통제해서 두 번 달려봤다.


실험 조건

  • 세션: 2026년 8월 25일, 26일 — 총 2회
  • 장소: 평지
  • A = 원래 배웠던 주법(중심을 높게, 발목 탄성) / B = 지금 굳어진 주법(중심을 낮추고 누르듯)
  • 페이스: 6:00~6:20/km 대, 세션 내 A·B 간 차이 없음
  • 케이던스: 175spm 전후로 고정, A·B 간 통계적으로 무의미한 차이
  • 측정 장비: Stryd Duo, Garmin Forerunner 265

설계를 하나 수정하였다

8/25는 랩을 A A B B A A B B A B A B 순서로 배치했는데, 나중에 보니 A가 항상 먼저 오는 패턴이었다. 이러면 시간에 따른 피로 효과가 B 쪽에 불리하게 섞여, 단순 평균 비교가 오염된다.

8/26에는 이걸 A B B A A B B A A B B A로 바꿔, A와 B가 세션 내에서 완전히 균형 잡힌 위치에 오도록 했다. 순서를 통계로 보정하는 대신 설계로 없앀 것이다.


결과 — 두 번 다 나왔고, 두 번째가 더 커다

8/25AB차이
GCT255.6 ms263.3 ms−7.7 ms
다리 강성(k_leg)14.8214.04+0.78
8/26AB차이
GCT253.6 ms267.0 ms−13.4 ms
다리 강성(k_leg)14.8713.67+1.20

숫자만 보면 감이 잘 안 올 수 있는데, 기준을 대보면 이렇다. GCT가 보통 250~270ms대인 걸 감안하면 13.4ms는 전체의 약 5%다. 그리고 지난 글에서 케이던스만 순수하게 조작했을 때(8/24) GCT는 0.5ms(약 0.2%)밖에 안 움직였다. 이번 주법 조작은 그 27배 크기다. 케이던스로 흔들어도 꿈짝 안 하던 게, 주법 하나 바꾸니 이만큼 움직인 셈이다.

페이스와 케이던스가 비슷해도 주법에 따라 GCT는 달라졌다. 설계를 개선한 8/26에서는 차이가 13.4 ms까지 벌어졌다.
페이스와 케이던스가 비슷해도 주법에 따라 GCT는 달라졌다. 설계를 개선한 8/26에서는 차이가 13.4 ms까지 벌어졌다.

8/26 결과는 페이스·케이던스·랩 순서를 모두 통계적으로 통제한 뒤에도 그대로 남았다(−11.9ms, p<0.0001). 반면 페이스와 케이던스 각각의 영향은 통계적으로 무의미했다. 즉 이번 차이는 페이스가 미묘하게 달라서도, 케이던스가 미묘하게 달라서도 아니고, 순전히 주법 때문이었다.

두 번의 세션에서 방향은 같았다. 특히 순서 문제를 고친 8/26에는 차이가 오히려 더 커졌다. 지난 케이던스 실험처럼 세션마다 결과가 크게 흔들리는 모습과는 달랐다.

이건 기존의 생체역학 연구와도 방향이 같다. Morin 등(2007)은 케이던스를 거의 유지한 채 주법만 바꾸는 것만으로도 접지 시간과 다리 강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였다. 케이던스와 접지 시간이 하나로 묶여 있지 않다는 뜻이다.


이 정도 차이가 실제로 무엇을 뜻하나

그런데 12ms는 실제로 어느 정도 큰 차이일까? 이걸 가늠해볼 만한 연구가 하나 있다.

Teunissen 등(2007)의 연구는 러너의 몸에 하중을 실어 체중의 변화를 줌을 때 접지 시간이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하였다.

체중증가GCT
0%(정상)257 ms
10%261 ms
20%275 ms
30%281 ms

30% 증가 조건만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몸이 무거워지면 접지 시간이 길어진다는 게 실험으로 확인된 셈이다.

이 결과를 거꾸로 이용하면 지금 변화의 크기를 가늘할 수 있다. 부하 증가량과 GCT 증가량의 관계에 비추면, 이번 8/26의 −11.9ms는 대략 체중의 15%, 87kg 기준으로 약 13kg를 덜어낸 것과 맞먹는 크기다. 8/25의 −7.7ms도 체중 약 13%, 11kg 상당이다.

이번 GCT 변화는 Teunissen 등의 체중 부하 실험에 대입하면 10 kg이 넘는 체중 차이에서 나타날 만한 규모다. 실제 체중 변화와 같은 효과라는 뜻은 아니며, 변화량의 크기를 가늠하기 위한 비교다.
이번 GCT 변화는 Teunissen 등의 체중 부하 실험에 대입하면 10 kg이 넘는 체중 차이에서 나타날 만한 규모다. 실제 체중 변화와 같은 효과라는 뜻은 아니며, 변화량의 크기를 가늠하기 위한 비교다.

물론 몸에 짐을 지운 것과 주법을 바꾸 것은 메커니즘이 다르다. 이 비교는 “이만큼의 GCT 변화가 몸에 어느 정도 무게가 실린 크기의 변화인가”를 가늠할 수 있을 뿐, 실제로 체중이 줄었다는 뜻은 아니다. 그래도 숫자가 얼마나 큰지 감이 잡힌다 — 러닝 폼 조정 하나로, 10kg 넘는 체중을 걸어낸 것과 비슷한 크기의 접지 시간 변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다만 대가는 있다

이 주법은 몸을 더 오래, 더 높게 띄운다. 그러면 착지할 때 받는 충격도 더 클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확인해보니 그렇지는 않았다. 착지 힘의 세기와 접지 시간을 함께 계산해보면, 이 주법에서 받는 충격의 총량은 평소와 거의 같았다.

힘은 조금 더 세게 실리지만 그 대신 짧게 끝나서, 결과적으로 비슷한 크기로 상쇄된 셈이다.

이 주법(A) 평소 주법(B)

주법 A주법 B
최대 착지 힘1801 N1723 N
충격 총량(근사)291.3 N·s292.1 N·s

그런데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착지 순간 그 힘이 얼마나 “빨리” 실리는지를 보는 지표가 있는데(충격 부하율), 이 주법에서는 이 수치가 뜼렬하게 높았다. 총량은 같아도, 훨씬 짧은 시간에 몰아서 받아낸다는 뜻이다.

충격이 실리는 속도 (충격 부하율)주법 A주법 B
8/2554.29 BW/s54.56 BW/s
8/2655.11 BW/s53.17 BW/s

다만 두 번의 결과는 같지 않았다. 8/25에는 거의 차이가 없었고, 8/26에서만 A가 높았다.

그래서 지금 확인된 건 총 충격량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까지다. 힘이 실리는 속도까지 달라졌다고 말하려면 ILR은 더 확인해봐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발목 상태도 함께 보고 있는 시기에는 이 부분을 계속 기록해볼 생각이다.


그런데 왜 저속에서 이 연습을 하나

나는 개인적으로 폼을 만드는 연습은 느린 페이스에서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속도가 느려도 자세와 탄성의 감각을 정확하게 가져가야, 속도가 올라갔을 때도 그 감각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주간 러닝의 대부분은 저강도다. 그 많은 시간을 탄성 없이 달리다가, 빠른 페이스의 훈련에 들어가서 갑자기 다른 움직임을 꺼내 쓰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빠른 속도에서는 새로운 감각을 만들어내기보다, 느린 페이스에서 반복해온 감각을 그대로 유지해 가는 쪽에 가깝다. 그래서 느린 페이스에서부터 중심을 높이고 탄성을 쓰는 움직임을 계속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물론 이건 아직 내가 확인해야 할 가설이다. 이번 실험이 보여준 건 느린 페이스에서도 주법에 따라 GCT와 다리 강성이 실제로 달라진다는 것까지다. 이 감각을 계속 반복했을 때 빠른 페이스에서도 그대로 살아나는지는 몇 달에 걸쳐 확인해볼 생각이다.


아직 확인하지 못한 것

이번 실험은 두 번뿐이고, 특히 ILR은 두 세션의 결과가 달랐다. 같은 조건에서 몇 번 더 반복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번에 확인한 건 느린 페이스에서 주법을 바꾸면 GCT와 다리 강성이 달라진다는 것까지다. 이 감각을 계속 연습했을 때 빠른 페이스에서도 같은 변화가 나타나는지는 앞으로 기록을 쌓아봐야 한다.


참고 자료

  • Morin JB, Samozino P, Zameziati L, Belli A. (2007). Effects of altered stride frequency and contact time on leg-spring behavior in human running. Journal of Biomechanics. Université de Saint-Etienne. DOI: 10.1016/j.jbiomech.2007.05.001
  • Teunissen LPJ, Grabowski A, Kram R. (2007). Effects of independently altering body weight and body mass on the metabolic cost of running.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210(24), 4418–4427. University of Colorado, Boulder. DOI: 10.1242/jeb.004481 (Table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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