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케이던스는 높을수록 좋을까? 180보다 먼저 봐야 할 적정 케이던스 기준

러닝을 마치고 케이던스를 확인하면, 이 숫자를 더 높여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180spm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말을 떠올리면 지금의 리듬이 부족한 것 같지만, 막상 발을 더 자주 움직여 보면 오히려 걸음이 잘게 끊기거나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숫자는 올라갔는데 달리기가 좋아졌는지는 선뜻 판단하기 어렵다.

케이던스를 높여야 한다는 조언과 숫자보다 자신의 리듬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이 지점에서 만난다. 전자는 무겁고 긴 걸음을 바꾸는 도구로 케이던스를 사용하고, 후자는 좋은 움직임에서 적절한 케이던스가 나온다고 본다. 둘 다 경쾌한 달리기를 지향하지만, 숫자를 먼저 조절할지 움직임의 결과로 읽을지에서 접근이 달라진다.

나 역시 이 차이가 궁금해 케이던스만 높인 경우와 주법을 바꾼 경우의 기록을 비교했다. 그 결과를 문헌과 함께 살펴보면서, 케이던스가 얼마나 높아야 하는지보다 지금의 케이던스가 내 움직임에 잘 맞는지를 판단할 기준을 찾아보려 한다.


낮은 케이던스는 확실히 불리하다

같은 페이스를 유지한다고 하면, 케이던스가 낮을수록 한 걸음이 감당해야 하는 거리가 늘어난다. 보폭이 커지고, 지면접촉시간(Ground Contact Time, GCT)이 길어질 여지가 생기고, 제동(braking)도 커질 수 있다.

케이던스가 낮으면 한 걸음마다 다리를 더 멀리, 더 강하게 밀어야 같은 속도가 나온다. 보폭이 커지는 만큼 고관절과 골반이 버텨야 하는 부담도 커지고, 다리를 얼마나 탄력 있게 쓰는지를 나타내는 다리 강성(Leg Spring Stiffness, LSS)도 함께 낮아질 수 있다.

실제 연구들도 비슷한 방향을 가리킨다. 리듬을 인위적으로 낮췄을 때 다리 강성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결과가 있고, 케이던스를 줄이면 지면접촉시간과 제동이 동시에 늘어나는 것도 여러 차례 반복해서 확인됐다.

그러니 케이던스가 너무 낮으면 불리할 수밖에 없다.

같은 속도에서는 케이던스와 보폭이 함께 달라진다. 낮은 케이던스 조건에서는 보폭·GCT·제동 증가가 함께 관찰됐지만, 이것만으로 케이던스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같은 속도에서는 케이던스와 보폭이 함께 달라진다. 낮은 케이던스 조건에서는 보폭·GCT·제동 증가가 함께 관찰됐지만, 이것만으로 케이던스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높을수록 좋을까?

케이던스를 의도적으로 과하게 끌어올리면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하체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지고, 보폭을 억지로 잘게 끊게 된다. 이 결과 리듬과 경쾌함을 잃어 GCT는 기대만큼 줄지 않을 수 있다. 억지로 숫자를 맞추려다 보니 쓰지 않아도 되는 힘을 쓰게 되고, 그 탓에 심박(HR)과 체감강도(RPE)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수직진(Vertical Oscillation, VO)이 줄어드는 걸 효율이 좋아진 신호로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체공시간과 보폭이 억지로 줄어든 결과라면 오히려 반대다. 원래 다리가 밀어낸 힘은 더 긴 궤적을 그릴 크기였는데 그 궤적을 다 쓰지 못할 뿐만 아니라, 억지로 끊는 데도 별도로 힘이 들어감에 따라 힘의 낭비가 발생한다.

기존 연구에서 밝힌 대사 비용과 케이던스의 관계를 보면 이해가 쉽다. 너무 낮아도, 너무 높아도 몸은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 적당한 케이던스로 러닝을 할 때 가장 경제적으로 움직인다는 결과가 반복해서 발표되었다. 케이던스는 높을수록 유리한 값이 아니라, 비용이 최소가 되는 지점이 있는 변수이다.

그러니 목표는 가장 높은 회전수가 아니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유지하는 범위 안에서 충분히 높은 케이던스를 찾아야 한다.


케이던스만 올려서는 지면접촉시간이 줄지 않았다

내 기록에서는 케이던스 숫자를 올리는 것과 지면접촉시간이 짧아지는 것이 같은 변화로 나타나지 않았다. 주법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케이던스를 약 9spm 높인 실험에서는 GCT가 0.5ms 줄었고, 다른 날 케이던스를 172~177spm 범위로 유지하며 주법을 비교한 실험에서는 11.9ms 차이가 났다.

케이던스만 높인 8월 24일에는 GCT가 0.5ms 줄었지만, 케이던스를 비슷하게 유지하고 주법을 바꾼 8월 26일에는 13.4ms 차이가 났다. 이번 개인 실험에서는 GCT가 케이던스 숫자보다 주법 변화에 더 크게 반응했다.
케이던스만 높인 8월 24일에는 GCT가 0.5ms 줄었지만, 케이던스를 비슷하게 유지하고 주법을 바꾼 8월 26일에는 13.4ms 차이가 났다. 이번 개인 실험에서는 GCT가 케이던스 숫자보다 주법 변화에 더 크게 반응했다.

기존의 연구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달릴 때 케이던스보다는 지면접촉시간이 다리 강성을 결정한다. 케이던스는 GCT를 직접 움직이는 “원인”이라기보다, 좋은 움직임이 만들어낸 “결과” 쪽에 가깝다.


‘적당함’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적당한 케이던스는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나는 개인적인 경험과 관찰을 종합하여 아래 순서로 판단하고 있다.

1순위: 움직임과 리듬

숫자를 먼저 보지 않는다. 하체 움직임이 자연스러운가, 리듬이 경쾌한가, 보폭을 억지로 잘게 끊고 있지는 않은가. 이 세 가지를 하나로 묶어서 본다. 여기서 이미 억지스러움이 느껴진다면, 뒤에 어떤 숫자가 나오든 과도한 조정일 가능성이 크다.

2순위: 데이터

움직임이 자연스럽다면 같은 페이스에서 GCT와 심박, 체감강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본다. 케이던스를 높였는데 지면접시간은 거의 달라지지 않고 심박이나 체감강도만 올라갔다면, 숫자를 올린 만큼 움직임도 좋아졌는지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Stryd 기록이 있다면 LSS의 변화도 함께 참고한다.

3순위: 수직진폭

VO는 이 판단 기준 안에서 독립적인 데이터로 쓰지 않는다. 숫자 하나만 떼어놓고 보면 그 자체로는 방향조차 판단할 수 없다. 움직임·GCT·HR/RPE·LSS와 함께 놓고 봐야만 의미가 생긴다. GCT가 줄면서 VO가 살짝 느는 경우와, GCT는 그대로인데 VO만 줄어드는 경우는 의미가 다르다.


케이던스 180은 목표일까, 참고값일까

케이던스는 지나치게 낮으면 불리하지만, 높을수록 좋은 것도 아니다. 절대값 180은 보편적 목표라기보다 참고값에 가깝다. 문헌에서 자주 쓰이는 자연 케이던스 대비 +5~10%도 마찬가지다. 흔히 쓰는 범위일 뿐, 최적값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연스럽고 경쾌한 하체 움직임을 유지하면서 GCT가 줄거나 유지되고, HR·RPE가 과도하게 오르지 않고, LSS가 유지되는 범위가 지금 나에게 적당한 케이던스다.

이때 수직진폭은 다른 지표의 변화를 움직임과 연결해 읽는 데 사용한다. 지면접촉시간이 줄면서 수직진폭이 조금 늘어난 경우처럼, 숫자의 방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조합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가 실제 기록에서 어떻게 나타났고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별도 글인 「러닝 수직진폭(VO)은 낮을수록 좋을까? Garmin 데이터 해석법」에서 자세히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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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민(Garmin) 러닝 다이나믹스, 지면접촉시간과 수직진폭은 무엇을 말해줄까]

[러닝 케이던스와 지면접촉시간(GCT) — 케이던스를 올리면 정말 줄어들까?]

[같은 케이던스, 같은 페이스 — 주법을 바꾸자 지면접촉시간(GCT)이 12ms 달라졌다]

[러닝 수직진폭(VO)은 낮을수록 좋을까? 가민 수직진폭·수직비율 보는 법]


References